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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의 차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2.31 미트포드 이야기 -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이야기 (2)
2008.12.31 19:38 문학
미트포드 이야기, 잰 캐런 지음, 김세미 옮김, 문예출판사, 2008



연말이지만 주로 혼자서 보내고 있다. <집-도서관-학과 사무실> 이렇게 세 곳을 왔다갔다 하는게 이번 방학의 메인 스케줄이 되지 않을런지...할 일이야 많지만, 역시 연말이라는 분위기에 조금 휩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괜히 연말 탓을 하지만, 그래도 왠지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든다.

At    Home    in    Mitford

책 표지 가장 위에 적혀 있는 문구이다. 역시 이런 분위기에는 책도 평소와는 약간 다른 것을 읽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핑계로라도, 가끔씩 나 자신에게 주는 소박한 선물이랄까.


"미트포드 이야기"는 말 그대로 한 마을의 이야기가 담긴다. 주인공은 마을의 전반적인 일에 직접적으로든 상담을 통해서든 관여하고 알고 있는 '팀' 신부. 1인칭 관찰자 시점을 통해 팀이 보고 겪는 마을의 일들을 하나하나 보아간다. 한 마을의 이야기라고 하니 갑자기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이 생각난다. 풋,,너무나도 다른 이미지의 다른 내용인데,,'마을 이야기'라는 한 가지 연결 고리를 통해 이상하게 엮어진다. 생각하고 보니 나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미트포드 마을의 이야기는 얼핏 우리네 전원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런저런 많은 사건들이 팀 신부 주변에서 일어난다. 전원일기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약간의 갈등은 존재하지만, 정이 넘치는 미트포드에서는 계속 좋은 일만 일어난다.

그렇지만 이러면 왠지 곤란하다. 너무 느긋하고 완만하기만 한 것은 금방 질릴 수 있다. 그럼 내가 그랬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어제 오후부터 읽기 시작해서 책을 읽다가 보니 새벽 4시가 넘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사무실에 출근을 하고, 다시 책을 붙잡고 방금까지 읽었다.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왜냐 하면, 개인적으로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매체'의 차이가 아닐지 싶다. TV와 책의 차이라고 할까.

TV는 시각과 청각으로 동시에 전달한다. 상상이라는 것이 필요없다. 즉각적으로 시청자에게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은 단점이기도 하다. 빠르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을 만들어내야 하고 많이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흐름은 멈추고 문제가 발생한다.

책은 작가가 자신의 호흡 속도를 유지하면 된다. 중간중간은 독자가 상상을 하고 마음껏 채워넣는다. 얘기를 듣다가 잠시 멈추면 된다. 그리고 다시 들어도 된다. 팀 신부가 마을의 가장 부유하고 절친한 노할머니 새디의 과거 사랑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 그러하리라. 가볍게 간식을 들고 과거 이야기를 듣다가 친구가 지치자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 듣는다. 그렇게 조금씩 즐거이 소통하는 방식이 역시 책이 주는 즐거움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내가 '전원일기'류를 싫어했던 이유가 조금더 명백해진다. 따스한 우리 주변의, 그것도 느림의 미학이 존재할 것 같은 전원의 일상을 그린다. 하지만, 매체는 빠르고 많은 양을 전달하는 도시형 매체다. 뭔가 어울리지 않다. 스스로 상상할 능력을 잃어버린 시청자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것을 원하게 된다. 내가 느낀 전원일기는 전원을 다루되 소재는 도시적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사소한 것을 다루되 이것에 너무 집착하여 때로는 '찌질하게' 느껴져서 싫었던 것 같다.


미트포드 마을의 이야기는 비록 도시에서 자란 나이지만 어릴적 떼를 지어 놀던 동무들과 형들, 명절이면 수십명이 모여 밥상을 세 번 봐야 했던 큰집의 풍경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번역서라는 점일까...교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는 왠지 어색하다. 물론 우리 집은 나 빼고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친지들이 목사 빼고 다 있는 집이지만, 적어도 나에게 교회라는 곳과 신부(목사)의 존재가 책에서 만큼 크지 않았기에, 문화적인 약간의 낯설음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아마 이런 이질적인 문화 때문에 이 책을 꺼릴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미국형 전원일기를 기대한 사람은 약간 다른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전원일기는 작가가 소재거리를 찾다가 찌질한 것까지 건드리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들었었다. 반면에, 전원일기를 좋아했던 사람에게는 이 책이 너무 단조롭고 좋은 일만 가득한 것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저자 소개를 보니, 저자의 삶 자체가 이 마을의 이야기와 비슷한 면이 있는 듯 하다. 광고회사 부사장직을 버리고 시골의 작은 마을로 이사해서 글을 쓰고 있단다. 어찌되었든 책이 수천만권이 팔렸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잘되었으니 대단하기도 하다. 사진을 보면 뭔가 부사장님 포스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내게 흥미를 준 것은, 책 첫장에 마을 지도가 자세히 그려져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도가 그려져 있는 것은 주로 판타지 소설에서나 보았는데,,,갑자기 10여년 전에 보았던 판타지 소설이 상기시켜 주었다. 책을 보면서 연신 앞 장을 들춰보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볼 수 있었다고 할까.

(저자 - 잰 캐런)

마지막으로, 등장인물 중에 '홈리스'의 신앙에 대한 신부와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순전한 무신론자는 절대 아닙니다. 자라면서 계속 교회를 다녔고, 어렸을 때 세례를 받았어요. 거기엔 뭔가 부족한 게 있었지만, 난 그게 뭔지 몰랐어요. 마치 계속 가려운데 긁지는 못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게 뭔지 이름을 대진 못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걸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시내의 교회들은 어떤지 아실 거예요. 이것저것 먹을 걸 가져다준 다음엔 교회에 나오게 하려고 해요. 사람들은 여기 강가까지 와서 마치 내가 자기들이 잡으려는 개구리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어요." -2권 p37
 
내가 딱 저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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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