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1 21:17 문학


제목에 나오는 '스나크'는 다른 작품에서 차용한 것. 마음 속 괴물 정도라고 할까. 사람은 누구나 각각이 부여하는 괴물 한 마리 쯤은 키우고 있는지도.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숨막히게 이어지는 사건전개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밌는 드라마 한 편 본 느낌이랄까.


책 속에 '개전의 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13계단 - 여름, 추리소설]에서 처음 본 용어인데, 간단하게 말하면 피의자의 참회..등의 사유로 형량을 감해 주는 것. 그런데, [13계단]에서도 나오지만 피의자가 거짓으로 참회를 할 수도 있고, 개전의 정의 인정이 상당히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나크 사냥]에서  오리구치씨가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 먹은 이유 중 하나가 피의자들이 '개전의 정'을 사유로 형량이 상당히 감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말 그들이 참회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


그나저나, 한국에도 저렇게 '개전의 정'이라는 방식으로 형량을 감해주는게 있는 것일까?ㅁ?
(판관이 그냥 판단하는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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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
2010.07.19 12:44 문학


  "사원들이 영문도 모를 약을 먹고, 그게 누가 한 짓인지 알면서도 손도 못 쓰고 있네. 도망치면 잡지도 못해. 그게 무슨 권력자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나는 천천히 눈을 크게 떴다. 이제야 비로소 장인이 이번 사건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궁극적인 권력은 사람을 죽이는 거지."
  장인은 말을 이었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눈은 빛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건 인간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권력 행사지. 게다가 그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네. 그래서 요즘 많지 않은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게 청산가리였다면 자네들은 모두 죽은 거야."
  "저희도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했습니다."
  끔찍한 상상이었기 때문에 다시는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다섯 사람의 목숨을 미네랄워터에 독약을 섞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앗아갈 수 있지. 그런 상황에서 겐다 이즈미는 자네들에겐 저항할 방법이 없는 권력자였네. 죽지 않았으니, 살해당하지 않았으니 그렇지 않다는 변명 따윈 통하지는 않아. 어차피 남을 자기 마음먹은 대로 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니까."
  그렇다. 우린 그런 인간을 가리켜 '권력자'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나네. 그런 식으로 행사되는 권력에는 누구도 이겨낼 수가 없지. 금기를 휘두르는 권력에는 대항할 방도가 없는 거야. 흥, 뭐가 이마다 그룹 총수야. 힘이 없기로는 고만고만한 초등학생이나 마찬가지지."

-본문 305~306 쪽 중,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도, 등장 인물도 매력적이고 좋았지만, 사람이나 권력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보는게 좋았다. 그런데, 주인공처럼 오지랖이 정말 넓고 사람이 마냥 좋기만 한, 이런 사람이 현실에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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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
2010.07.17 21:52 문학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작.

맘에 든다.


범죄가 일어나지만, 알콩달콤한 맛도 있다.
[화차 - 현실을 깊이 담은 추리소설]에서 만족했다가,
[마술을 속삭이다 - 속삭임]에서 실망했었는데,
이런 소설도 쓰는구나.

-말없이 있어 줘-에서 직장상사인 구로사카 과장이 나가사키 사토미에게 심한 농을 하고 이에 대해 반발하는 장면,
"우리도 젊고 싱싱한 여자가 끓여 주는 차를 마시고 싶어."
(중략)
"나가사키 씨한테는 이제 질렸어. 완전히 아줌마가 다 됐잖아."
삽시간에 실내가 조용해졌다.
(중략)
"나가사키 씨는 고양이 혀인가?"
"네?"
"아니, 자네가 끓여 주는 차는 언제나 미지근해서 말이지. 혹시 집에서 맥주를 마실 때도 고양이 밥 같은 걸 안주로 먹는거 아냐? 응?"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섯개의 찻잔을 올린 쟁반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이나 그렇겠죠."
"당신은 좋겠어요. 하루 종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주는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남이 끓여다 주는 뜨거운 차를 마실 수 있으니까.(중략)"
보면 볼수록 과장의 눈썹과 눈 사이가 점점 새하얗게 질려간다. 아, 핏기가 가신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하고 사토미는 어렴풋이 느꼈다.
"깔보지 마세요, 질렸다니. 전 당신 여자도 뭐도 아니에요. 아줌마? 그럼 당신 부인은 아줌마가 아니란 말이야? 언제나 뻔질나게 자랑하는 당신 딸도 아역 배우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운이 좋아야 언젠가 아줌마가 되는거야."
(중략)
"칠월이 되면 새 여사원이 오겠죠? 싱싱하고 젊은 여자라면서요? 댁 좋으실 대로 그 아가씨에게 똥구멍까지 닦아 달라고 하세요. 웃기지 말라 그래, 이 얼간이 같은게."
-본문 59-60쪽 중,

또는, -나는 운이 없어-도 참 재미있다. 이렇게 허술한 사람이 있나 싶기도 하고.

단편 모음집이면서도, 여러 모로 기대 이상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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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
2010.07.16 01:04 문학



미야베 미유키의 1989년 출간작.

앞서 읽은,
화차 - 현실을 깊이 담은 추리소설
정도의 기대를 하고 봤는데, 그 정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자살, 암시, 이지메 등의 여러 소재를 버무리고 있지만
과연 잘 조화를 이루고 있냐고 묻는다면, 글쎄...


흡사 구렁이 담 넘어가듯 엮이고 있지만 감탄을 내지를 정도는 아니다. 조금은 뻔한 우연의 일치나 관계의 아쉬움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소설에 침잠하지 못하였다.

소년 '마모루'의 올곧게 성장하는 모습, 그리고 마모루를 통해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마지막 부분들... 이런 인물이 나오는 소설은 마음에 들지만, 전개과정에서의 서두름에서 오는 아쉬움은 결말에서 마저 그대로이고, 결말을 서둘러 끝내는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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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