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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코미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1.09 최후의 끽연자 - 유쾌하게, 그러나 씁슬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
2008.11.09 16:48 문학


[최후의 끽연자]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작가정신, 2008







   "시간을 달리는 소녀" 로 잘 알려져 있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집. 작가가 직접 골랐다는 이번 단편집은 총 8개의 글로 만들어졌다.  개별 단편이 쓰여진 시기가 "최후의 끽연자" 만 80년대 작품이고, 나머지는 70년대에 쓰여진 것들이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정말 이것이 70년대에 상상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랍고 흥미롭다. 한편으로 역으로 생각해보면 70년대였기에 상상으로 치부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 하면, 일부는 현재의 내가 보기에 현재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기에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기 때문일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단편은 쉽사리 블랙유머로 일컫을 수 있겠다.


  총 8개의 단편은 다음과 같다.

-급류
-최후의 끽연자
-노경의 타잔
-혹천재
-야마자키
-상실의 날
-평행세계
-망엔 원년의 럭비


  각각의 작품을 읽으며, 내가 이러한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유쾌하다. 항상 바쁘게만 살고, 바쁘게 살려고 노력하고 여유를 잃어버린 우리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사람은 가만히 있고 세상이(그리고 시간이) 미친 것처럼 빠르게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급류]는 시간의 가속도로 인한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안에서 인간관계는 불가능하고 급기야 생활도 불가능하다. "어"하면 2008년, "어,어" 하면 2009년, "어, 어, 어랏" 하면 2010년이 되는 세상, 하루 잔 것 같은데 몇 십년이 지나 있는 세상은 혼란과 무질서만이 가득할 뿐이지만, 주인공을 통해 이런 목소리를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러한 시간의 가속 현상이 극한에 달하면 어떻게 될지를 공식적으로 논한 사람이 이 이변이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군."
     "그거야. 결국 그것이 새로운 터부가 된 것 같아. 생각만 해도 무서우니까"

  미쳐만 가는 세상은 지금의 우리 모습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최후의 끽연자]는 혐연권을 내세우며 흡연자들을 추방하는 것을 넘어 살해하려고 한다.
결국 사회에서 내몰리고 추방당하여 최후의 끽연자는 의사당 꼭대기에서 시위를 하는 도중에 자살을 결심하지만 그를 추방하려던 사회의 반응은..

"그때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이것은 중대한 손실입니다. 이제 그는 흡연시대의 귀한 유물이란 말입니다. 천연기념물이며 인간 국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여러분,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오늘 긴급히 발족된 흡연자 보호협회에서 나왔습니다."...나는 덜덜 떨기 시작했다. 싫다....구경거리가 되고 사진을 찍히고 주사를 맞고 격리되고 정액을 채취당하고 그 밖에 온몸 여기저기를 희롱당한 끝에 바짝 말라비틀어져서...나는 당황해서 밑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지상에는 구조막이 펼쳐져 있었다.. pp53-54(본문 중)

  사회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이렇게 물씬 묻어나온다.


   [노경의 타잔]은 어떠한가? 타잔이 나이를 먹어 70 노인이 된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나, 70이 넘어 노인 타잔의 깨달음은 더 이상 정의의 타잔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흡사 과거의 인디언에 대한 미국의 처사처럼, 타잔은 동물원의 사파리 코스의 버스 밖 동물 중 하나일 뿐이다. 이에 대한 반발심일까? 타잔은 탐험대(병신 관광객)를 늪지로 이끌어 죽이고, 식인종들에게 인도한다. 식인을 거부하는 식인종을 꼬득여 잡아먹도록 하고, 식인종들을 밀고하여 처분할 계획을 세운다.

   [혹천재]....곧 수능시험이 치뤄질테고, 막바지 대학 입시도 더욱 치열해질텐데...하는 생각과 함께 천재들만을 바라는 세상, 맹목적인 교육...mb의 교육을 통해 가난을 해소하겠다는 정책 등등이 연상되어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한다.




  작가의 이런 '벗어난' 상상은 다른 단편에서도 볼 수 있다. 한 번 쯤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거리들을 제시한다.

츠츠이 야스타카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읽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지만, 마냥 웃을 수만 없는 것이다. 그가 상상한 세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조금이라도 강력히 연결되는 부분이 있고, 음울하게도 만든다.



   날씨 좋은 일요일 오후 문득, 개운치 않음 씁슬한 마음으로, 그가 상상한 세상 속에 뚝 떨어진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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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