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9 00:30 문학


이틀 간, 긴긴 저녁 시간을 함께하다.

나의 밀림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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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
2010.05.08 02:33 문학



정신이 멍하다.

 전에 어떤 일본인 작가가 자신은 독서 후 바로 평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하루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쓴다고 했다. 혹시 이런 느낌 때문일까 생각해본다.


어제 1권을 읽고 나서는, "빨리 2권이 보고 싶어. 다음 권을 빌리고 싶어"라는 마음 뿐이었는데, 부지런히 다 읽고 난 지금은 왜 이리 멍할까.


독자마다 느끼는게 다르겠지만, 내게는 '산'과 '사람' 만이 남아 있다.
내가 경험한 산, 그리고 내가 경험할 때의 산은 언제나 혼자였고 혼자이기를 원했다. 정확하게는 우리네 인생처럼 혼자이기도 하고 함께이기도 했겠지만, 지금의 내게는 혼자였을 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는 것이겠지. 소설 속의 산이 내 안의 산과 미묘하게 부둥켜 일으키는 느낌이랄까..표피 어딘가에 놓여있는 기억과 감정을 살짝 건드리는 기분..잘 모르겠다는 것.


이 책에서 재미를 느낀 것은 역시 등장 인물의 치밀한 사고방식이나 행동, 개성있는 모습 때문이다. 경찰물, 범죄물이라고 해야하나..이런 부류의 책들을 거의 읽어 보지 않았지만 다 이런 느낌인 것일까? 전혀 모르는 작가와 종류의 책을, 단지 어느 모 님의 "최고다!" 라는 찬사에 이끌려 읽었는데 왜 좋았고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내 속의 기억과 감정인데도 잘 모른다는 것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들고 맘에 들지 않지만,.. 또 '이런게 종종 소설을 읽는 맛인지도 모르겠다.'고 놔두며 그러려니 한다.



덧) 마지막 장면에서,, 1월 어느 날 눈보라를 헤치며 올라갔던 1800m 고지의 설산마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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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
2010.05.01 23:48 문학

이 책을 번역하는 내내 나의 내부를 가르고 지나간 정신상태를 순서대로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황당함 --> 역겨움 --> 섬뜩함 -->충격

-본책 157쪽, 옮긴이의 말 중

앞서 읽은 아멜리 노통의 "살인자의 건강법 - 허위와 말장난" 보다 더 흥미로웠다. 역시나 궤변을 즐겼고 폭로를 예상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상력이란...


글쎄, 이 책을 보고 나서 영화 [파이트 클럽]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는 것은 뭔가 맞지 않지만, 내게는 파이트클럽이 더 강한 인상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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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
2010.04.25 17:54 문학


하나의 문학작품도 읽는 독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고 다른 쾌감을 주겠지. 문학을 많이 읽지 않는 나를 약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소설을 왜 읽는가 생각해보았는데, 읽는 동안 느끼는 즐거움도 하나의 이유이다.  그렇게 마음을 편히 먹고 작품 속 대문호인 주인공과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한 공방전을 보았다. 설마설마 하면서 마지막 인터뷰에서의 일종의 반전(?)이 웃기다.


허위와 궤변, 말장난...편협함을 논리로 바꾸려는 궤변들이 웃기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깐, 일요일이니깐, 이 정도 가벼운 독서도 괜찮겠지 싶다.


날씨가 어느새 완연한 초여름이다.
하늘이 맑다.


"내 말이 그렇게 우습소?"
"......"
기자는 웃기 바빠서 대답할 짬조차 없었다.
"광란적인 웃음이라, 이 또한 여자들만의 병이오. 남자들이 여자들처럼 미친 듯 웃어대며 몸을 뒤트는 골을 나는 본 적이 없거든. 그건 자궁에서 비롯되는 게 틀림없소. 인간사의 추잡한 것들은 모두 자궁에서 비롯되는 것이오. 어린 여자아이들으 자궁이 없소. 난 그렇게 생각하오. 혹 있다 해도 그건 장난감, 즉 모조자궁에 불과하지. 그 가짜 자궁이 진짜가 되는 순간, 그 아이들을 죽여야 하오.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히스테리, 지금 당신을 옭아매고 있는 그 히스테리에 빠져들지 않게 하려면 말이오."
"아"
이 '아'는 지친 배가 내지르는 아우성이었다. 기자의 배는 여전히 병적인 경련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본문 181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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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
2009.09.17 00:01 문학
말하자면 이 섬에 삶을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환자로서의 남다른 처지와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생존 조건들을 두 겹으로 동시에 살아나가고 있는 셈이며, '환자'로서의 특수한 처지를 지나치게 강요당할 때, 이들은 오히려 그 환자이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인간을 향한 자각과 모험에 이르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환자로서 두려운 땅으로 섬을 쫓겨나가는 추방의 길이 아니라, 섬의 지배자들이 저들에게 버릇들여온 공포를 박차고 자신의 선택과 용기에 의지한 희망찬 인간에의 모험을 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본문 p398, 이상욱의 말 中

같은 사회, 현상을 볼지라도 누가 보기엔 천국이고, 누가 보기엔 지옥에 다름 아닐 수 있다는 것.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이청준은 자유에 대한 갈망과 사랑을 통한 다스림의 어긋남....결국 힘을 행사하는 자와 대상 사이의 화해는 '믿음'과 '공동운명'으로 풀어낸다.

공동운명에 대한 자각이 생겼을 때, 이미 힘을 잃어버린 상태의 조백헌 원장의 모습. 한편,  태생적으로 이미 '다른' 환자와 건강인에 대한 구별짓기와 이로 인해 생겨난 힘에 대한 작가의 사고가 인상적이다.


당신들의 천국 - 10점
이청준 지음/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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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
2009.02.16 01:45 문학
스웨터 - 6점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별은 보지도 않고 별이라구 쓰구 - 유준(개밥바라기별 中)
 
뜬금없이  떠오른 말.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


소설은 왜 읽는 것일까. 
독서를 할 때는 항상 그 순간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가지려고 한다.
소설을 볼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다른 종류의 책과는 다른 의미의 긴장감을 가진다. 책이 전달하려고 하는 정보와 지식을 잘 갈무리하기 보다는, 표현에도 집중하고 내 마음을 울릴 '느낌'을 가진 말들을 허투로 흘리지 않으려고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일까..외국 서적에서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 외국 소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내용으로 승부'를 할 뿐이다.

그렇다고 번역서가 표현에 있어서 제로라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 '한계'가 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 '한계'가 어디쯤에 위치하느냐는 것인데...이 책 '스웨터'는 한계가 매우 낮고 좁아 금새 닿는다. 갸날프거나 뜨거운 성장기 소년의 목소리도 아니다.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구수한 할머니의 목소리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무거움을 가진 가장의 목소리도 아니고, 해맑은 친구의 목소리도 아니다. 그저,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맛있는 소설과 맛있어 보이는 소설

책을 살 때 책의 표지나 전체적인 디자인이 직접적인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될까. 서점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서점을 누군가와 함께 간 기억이 꽤 오래전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는 여자친구와 서점에 종종 갔던 기억이 나는데, 꽤나 예쁜 책에 열광하더라. 기왕이면 예쁜 디자인이 좋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나처럼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사람에게는 영향력이 작으리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받아본 책이 상당히 예쁘기 때문이다.

'아마존 종합 메스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2008년 11월 출간 즉시 전미 100만부 돌파'


아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용으로 꽤나 선풍을 끌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가지고 싶고, 내용이 조금만 괜찮다면 사서 읽어보고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 책이지 않을까.(여기서, '책 소유'에 욕심을 내는 사람을 멍청하다거나 어리석다고 탓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고 꽂아두기만 하는 현시/과시욕을 탓할지언정, 좋은 책을 만나 '독서'라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한 책이, 기왕이면 더 예쁘길 바라고 특별하게 '소장'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맛있는 음식과 같다. 실제 맛은 어떤가 하면...내 입맛에는 조금 안 맞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은 때깔도 곱다는데,,,맛이 있지를 않네.

소년. 12살 소년. 나의 12살.

이 책은 12살 소년 에디의 이야기이다.
풍족하진 않지만 부족할 것 없던 에디는, 암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과 남의 도움을 결코 바라지 않는 엄마의 고집이 더해져 가난한 가정의 아이다. 에디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간절히 바라는 것은 멋있는 허피자전거. 그리고, 엄마의 스웨터, 사고, 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자세한 내용은 버로우._-)

흥미로웠던 것은 에디의 생각이다.
작가가 선택한 서술방식은 1인칭 주인공 방식.
그래서, 에디의 생각을 가감없이 그대로 다 알 수 있지만, 과연 이것이 12살 소년의 생각인지 놀랍다고 할까. 12살이라고 생각이 없지는 않다.

나의 12살은 지금보다 훨씬 짧은 생각에, 나중을 보지 않고, 알면서도 철 없이 굴었을 테지만...에디는 정말 똑똑하다. 알면서도 철 없이 굴기도 하지만, 스스로 철 없이 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눈치 하나는 기가막혀 주위 사람들의 의중을 정말 기가 막히게 알기도 한다. 자신의 고통에 대한 생각의 전개 하나하나 역시 놀랍기만 하다. 읽다가 보면 12살 이라는 것을 잊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내 조카가 11살인데, 그 녀석도 이럴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12살에 어울리지 않는 소년의 이야기랄까..이 점을 아쉬워해야 하는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덧 1) 책을 다 일고 나서 떠오른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Next

(덧 2) 결론? 책 표지에 적힌 글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 스웨터" 인데,,,
       분명 내용도 따뜻하고, 제목도 따뜻하고, 표지도 따뜻한데, 내 마음만 따뜻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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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