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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는 문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2.28 치팅컬처 - 나만 그러는게 아니다 (4)
2008.12.28 23:08 사회 / 역사 / 인문
치팅컬처,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 서돌출판사, 2008


(이 책은 도서출판 서돌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1. 첫인상

어느 날 갑자기 블로그에 댓글이 남아 있다. 도서출판 서돌이라는 곳에서 책을 제공하고 싶다고 한다. 블로거들의 서평을 통한 블로그 마케팅,,,블로그코리아의 렛츠리뷰와 올블로그의 위드블로그, 그리고 요즘에는 인터파크나 알라딘에서도 따로 서평단을 모집하는 것을 봤을 때 적어도 서적 분야에서는 블로그 서평을 통한 입소문에 많이 주력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내가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연락을 해오고, 무엇보다도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고 직접 컨택했다는 점이 약간 놀라웠다. 왜냐 하면, 다른 서평단이나 렛츠리뷰, 위드블로그 같은 경우 도서를 수령한 후에 제한 기간 안에 서평을 올리지 않을 경우 차후 모집할 때 있어서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이고, 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 생각하기에 나도 긍정적으로 신청하곤 한다.(렛츠 리뷰는 이제 사절-_-)

그러나, 이 출판사는 무엇인가? 서평 작성 마감기한에 대한 요구나 아무런 요구도 없다. 받아서 그냥 '입 쓱- '닫아도 그만이다. 다 읽은 후 '치팅컬처'로 검색을 해보니 나 말고도 제공 받은 블로거가 여럿 보이는데, 대충 열 댓줄 쓰거나 출판사의 소개글로 포스팅한 곳도 보인다. 내가 처음 책을 받고 이런 생각에 이르자, '이 출판사는 뭘 믿고 이러지?' 싶었다. 나에게 준 느낌은 바로 '자신감'이다. 출판사의 책에 대한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


양장본의 책을 받아들고 겉 종이(?)를 걷어내고 진짜 표지를 보았다. 빨간색-_-;; 학교 도서관에 책들이 거의 저런 빨간색이나 파란색인데...겉에 하나 씌우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표지는 적당히 마음에 든다.


2. 속이는 문화 - 믿고 싶지 않았거나, 보고 싶지 않았던 사실들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속이는 문화의 실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특히, 회계사,의사,변호사 등의 전문직과 화이트칼라들의 치팅, 그 외에 작가, 기자, 학생, 스포츠 스타와 미국의 일상 전반에 만연한 부패와 속임수들의 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규모나 피해액에 있어서 가장 큰 것은 주식과 관련한 (그러나 결코 처벌 받지 않거나, 사기액에 비해 매우 적은 액수의 벌금이나 합의금으로 끝나버리는...)금융 사기이겠지만,,,내게 가장 놀라움을 준 것은 작가들의 거짓 작품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도리스 컨스 굿윈이 언급된 것이다. 그의 사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고, 영어 검색에도 익숙치 않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으나, 꽤 충격적이었다. 왜냐 하면, 이전에 그의 링컨에 대한 전기를 읽고 꽤나 감명받았었기 때문이다. 일순간, 링컨에 대한 이미지 마저 더러워지는 기분이 들어 참 씁슬했다.

(도리스 컨스 굿윈)

저자는 미국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이러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마치 "나만 그러는게 아니다" 라는 의식에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행해지는 상황을 개탄한다. 도데체 이런 속임수 문화가 자연스러운 일종의 '문화'가 되어버린 것일까. 먼저 사람들이 왜 규칙을 지키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저자는 이 대답으로...
첫째, 규칙을 어길 경우 혜택보다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은 사회규범이나 동료 집단의 압력에 민감하기 때문이다.(따돌림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규칙이 우리의 윤리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넷째, 규칙이 우리가 보기에 적법하기 때문이다.(법 제정, 집행 당국이 공정하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이익을 증진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는 규칙을 어기고 속임수가 만연한 이유로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규칙을 어길 때의 혜택이 훨씬 크다. 그리고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에 동료 집단의 압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애시당초 화이트칼라들의 경우, 회계사, 의사, 변호사들이 직업윤리에 대해 선서를 하고 있지만, 실제 설문 결과에서는 그런 윤리의식 조차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보통 사람들은 법이 상류층에만 유리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하며, 상대적으로 상류층보다 더 차별받고 손해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데체, 어떻게 해서 이 지경이 되어버렸나?
"내가 보기에는 사회계약이 깨진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는 듯하다....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고, 규칙을 깨는 사람은 상을 받을 때 사회계약은 효력을 상실한다." -p211

그리고 이렇게 사회계약이 깨지도록 몰고간 원인에는 시카고 학파가 위주가 된 경쟁에 대한 강한 압박이 경제 뿐만이 아니라 전 사회에 널리 퍼지고, 규제/감독 철폐가 신성시되고 있는 80년대부터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정직성과 경제적 압력 사이에서 결국 경제적 압력에 굴복하고 마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80년대 이후 보수주의자들은 더욱 활개를 치고 난리를 부리고 있다. 사회의 도덕성에 대한 수호자처럼 결연한 보수주의자들이 지배했던 80년대 이후 어떻게 도덕성은 더욱 땅에 떨어진 것인가.

저자는 보수주의자들이 말하는 도덕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크(보수주의자)가 우려했던 죄는 범죄, 마약, 사생아 뿐 아니라 페미니즘, 동성애 환경보호주의, 동물권익운동 등...진보주의 이념이 미국 경제의 활력을 앗아갈까 봐 염려했다....자유시장을 맹신한 나머지 갈수록 돈을 중시하는 문화가 가장 정직한 시민까지 오염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묵과했다.
 보수진영이 정의하는 도덕성이란 좁은 의미의 도덕성인 것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금융)사기를 진두지휘한 월드콤의 버나드 에버스 CEO는 범죄가 들통난 후 눈물을 글썽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2000년대 초 닷컴 붕괴를 유발, 수십건의 회계 장부를 조작하여 기업 이익을 부풀려 주가를 올리고 주가폭락 전에 보유 주식을 팔아치움)
"무엇보다도 이번 일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내 믿음까지 의심받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수의 미래 은퇴자금을 사기친 그는 자신의 위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노릇이다.

보수주의자에 대한 저자의 다음 말도 꽤나 의미심장하다.
대기업의 수많은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제록스의 최고 경영진 역시 주식 가격의 등락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경영진에게 포상으로 대규모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업계의 관행 때문이었다. 이론상으로는 해당 기업 경영진의 이해와 그 기업의 주식을 소유한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이해가 서로 일치한다. 하지만 제록스 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정반대 효과가 나타났다. 스톡옵션은 오히려 경영진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투자자를 속이고 오도하게 만들었다. -p175
도데체 이게 무슨 말인가? 주식회사의 경우 주로 전문 경영인을 통해 회사를 경영한다. 그러나, 주주의 이익과 경영진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대리인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주주의 이익과 경영진의 이익을 일치 시키기 위해 스톡옵션을 통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로 인해, 얼핏 보기에는 높은 주가라는 주주의 경영진의 이해가 일치한다. 하지만,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주가를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회계장부 조작과 같은 위법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들 내부자는 주가가 빠지기 전에 주가를 최대한 올리고 최대한 성과급을 받는다. 그리고 버블이 붕괴되고 위법이 탄로나기 전에 주식을 처분하고 막대한 이득을 얻는다.

앞서 말했듯, 보수주의자들의 규제철폐 노력(로비)으로 규제당국은 오히려 갈수록 힘이 약해지고 있기에, 위법에 대한 유인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자유주의를 맹신하는 보수주의자들의 경제적 논리(합리적 선택)에 따르면, 비용대비 가장 효율적인 것은 경영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하고 챙길 것은 챙긴 뒤에 빠지는 것이 가장 '합리적' 선택인 것이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3. 미국만의 문제인가

한국의 선진국(미국) 따라잡기는 하나의 지상과제인가. 미국에 대한 이런 문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만을 들었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낯설다는 아쉬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하고서라도 이 책은 아주 읽을 만한 책이다. 결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저, '미국'이라는 단어를 '한국'으로 바꾸고 영문 이름을 한국식 이름으로 바꿔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저자는 미국의 이러한 상황이 당장 '브라질'처럼 직접적이고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부패 국가로 만들지는 않겠지만, 결국 미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우울한 전망과 함께, 저자의 몇 가지 인상적인 말로써 마무리 짓고자 한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경제생활에 불어닥친 변화와 자유방임주의 이데올로기의 득세는...미국 문화 전반에 깊이 영향을 미치면서 거의 모든 사람의 가치관을 다시 형성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나쁜 쪽으로. -p124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잠에서 깬 미국인들이 브라질과 매우 비슷하지만 근사한 해변은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p 242

미국에서 좋은 직장과 나쁜 직장의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틈이 갈수록 벌어지는 가운데 잘못된 쪽에 줄을 서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속임수는 뒤처지지 않는 방법의 하나이다. -p278 (작가의 전체적인 어조를 보면 사실상 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이다.)

돈과 명성이 따라오면 과거의 죄는 편안하게 잊힌다. -p318

 


덧) 책을 다 읽고 알았는데,,,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책을 받은 것이더라. (영문 원작은 2004년 1월에 출간되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 (정말 따끈따끈한 책인 것이다..^^;;)

그리고, 정말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처음 받았던 느낌이 다시 떠오른다. 출판사가 자신감을 가지고 출간할만 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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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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