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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임 포톡'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1.29 탈무드의 아들 - 두 소년의 우정과 성장
2009.01.29 12:26 문학
탈무드의 아들 - 10점
체임 포톡 지음/자작나무
짧은 옛 기억

1년에 두 세번 밖에 못 만나는 조카들을 만나면, 매번 나름의 진지한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조카들의 관심사는 TV이거나 내 노트북과 핸드폰에 게임이 없는지 뒤져보는게 우선인 것 같다. 이번에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조카에게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했다. 차마 안타까움을 어린 녀석에게 숨기지 못하는 것은 내가 노땅 티내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내가 성숙하지 못한 탓일까.


내가 '국민학생'일 때, 남들 다 유선방송 볼 때도 우리집은 지상파 방송만 봤고, 그나마 막내인 나에게는 채널권이 없었다.(유선도 내가 20살이 넘어서야 달았다) 컴퓨터도 없었고, 라디오도 없어서, 늦었다고 밖에 나가놀지 못하게 하는 날에는 정말 책 보는 것 말고는 할게 없기도 했다. 근처에 도서관도 없었기 때문에, 주로 어린이를 위한 약간 큰 글자의 200여 페이지를 겨우 넘는 창작소설이나 위인전을 하나씩 사서 보고 또 보고 했던 기억이 난다.(주로 봤던게, 꼬마흡혈귀 시리즈나 초콜렛개 초코로브스키 시리즈?)

지금 생각해보면, 이 책들은 재미는 있을지언정 감동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당시의 내게 큰 충격(감동/영향력)을 주었던 책들이 있었다. 데미안, 마법의 학교, 그리고 이번 설 연휴 오랜만에 책 정리를 하다가 십 수년만에 다시 꺼내 본 '탈무드의 아들'.



데미안은 너무나 유명한 책이고, 마법의 학교는 찾아보니 절판된 뒤 '크라바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오고 있다. '탈무드의 아들'은 체임포톡의 책으로 절판이 된 뒤 다시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세 책은 '소년의 성장' 정도로 묶을 수 있지 않을까. 이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가르쳐준 가장 소중한 책이기도 하다.

(탈무드의 아들이라는 한국어판 제목이 참 어색하다. 오른쪽은 영어 원문판의 표지)


침묵으로 아이를 키우다

"탈무드의 아들" 이라는 제목만 보면 종교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아 손 뻗기를 주저할 수도 있겠지만, 두 소년의 우정과 성장을 다룬 이야기이다.  엄격한 교파의 랍비의 아들인 다니엘 손더스와 유태인 학교 교사이자 뒤로 가면 시온주의 활동을 하는 아버지를 둔 르벤 말터는 같은 유태인이면서도 서로 너무나도 다르다.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도구 중의 하나는 '침묵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침묵으로 대화한다'라고 말을 한다. 이 교육법으로 다니엘이 양육되고 있음을 듣고 르벤의 아버지는 경악을 하지만, 자신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며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르벤은 마지막까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며, 다니엘의 아버지도, 다니엘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를 꺼려한다.

다니엘과 그의 아버지는 탈무드 공부를 할 때 외에는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니엘의 아버지가 어떤 계기로 이런 양육법을 사용했는지는 마지막에 나오지만, 여전히 나 또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운명과 편견에 맞서는 아이들

놀라운 정신을 가진 다니엘은 가문의 전통에 따라 장래에 랍비직을 세습하도록 되어있지만, 이를 벗어나고 싶어하고, 놀라운 혼의 소유자이자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르벤은 수학자가 되고 싶기도 하고, 랍비가 되고 싶기도 하다. (여기서 정신과 혼은 엄밀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이 책에서 아이들(특히 다니엘)은 주변의 기대와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이런 부분도 어린 시절 나에게 꽤 감동적으로 다가왔으나, 이것 보다는 흡사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서로 증오하는 두 세력을 대표하는 아버지를 둔 두 소년이 우정을 키워나가는 모습에 푹 빠졌던 것 같다. 어렸을 적 만큼 큰 감동이 오지는 않았지만, 다시 읽어봐도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만든 책이었다.


누구나 각자에게 소중한 책이 있고, 기억에 남는 책들이 있을 것이다.

문득 다른 사람들의 보물 같은 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설 연휴는 다른 의미로 참 뜻 깊었던 설 연휴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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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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