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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30 게놈 -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
2008.11.30 22:01 과학 / 예술 / 환경

게놈 GENOME, 매트 리들리 지음, 하영미,전성수,이동희 옮김, 김영사, 2001









    오랜만에 과학서적이 읽고 싶었다. 요즘에 난 경영서적이나 문학만 손에 들고 있었던 것 같았다.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학교 도서관의 필독서(필독서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모음 책장에서 하나씩 꺼내어 목차를 보았다. "게놈"의 목차는 과학 도서라기 보다는 인문학 서적에 가까웠다. '역사', '운명', '본능', '이기주의', 정치학', '자유의지' 등의 소챕터들의 이름은 내 독서의 스위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지은이 매트 리들리는 "타임"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외의 저서로 "이타적 유전자" 등의 여러 가지가 있다. 그의 다른 저서 "이타적 유전자"라는 제목이 또 끌린다. "게놈"  책에서 저자는 유전자의 이기적 특성, 투쟁적 성질에 대해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이기적 유전자 vs 이타적 유전자.  유전자를 통해 인간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인간은 23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전체를 23장으로 나누어 각 번호의 염색체에서 가지고 있는 특성과 소제목을 연관시켰다. 이 와중에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먼저 밝힌다.


   유전자라고 하면 왠지 머리가 아파올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서문에서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비전공자인 내가 보기엔, 그렇다고 마냥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은 서문에서 설명을 하고 시작한다. 특히, 게놈을 책으로 비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책은 '염색체' 라고 하는 2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에는 '유전자' 라고 하는 수천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모든 이야기는 '엑손'이라 하는 여러 단락이 연결되어 만들어졌는데, 단락 사이에는 '인트론'이라 하는 광고가 끼어 있다.
각 단락은 '코돈'이라고 부르는 단어들로 기록되어 있다.
이 언어들은 '염기'라는 문자로 쓰여 있다.

게놈이라는 책은 10억 개의 단어로 되어 있다. 이 책은 때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이기도 하고 때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이기도 하여 조금 더 복잡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위의 설명 중에서 취소선 그은 부분은 몰라도 된다. 나도 모르고 봤다. 딱, 저 정도만 알고 보면 된다. 과학자들의 논쟁과 대립적인 이론들과 역사를 소개 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조금 어려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흥미가 가고 이해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 이 책은 그런 세부적인 것은 몰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전하려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까지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포스트를 계속 어떻게 쓸지 고민을 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정리해보려고 본문 내용이나 생각들을 휘갈겨 쓴 연습장이 10장 가량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허투로 넘겨버릴 장이 없었다. 어려운 용어나 이론은 중간 중간 넘기기도 했지만, 하나하나가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그렇다고 하나하나 훑어 보인다면, 너무 스포일러가 될 것 같기에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일부 스포일러?)


제 2장. 종 -2번 염색체

   눈으로 보아 침팬지와 사람의 염색체 차이는 2번 염색체의 융합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거나 매우 미미하다. 평균적으로 유전자 100개 마다 두 개 이하가 다를 뿐이다. 우리는 98% 확률의 침팬지이며, 침팬지는 98% 확률의 사람이다...사람도 고릴라와 97%가 같다.

   우리가 보기에 사람은 고릴라나 침팬지와 너무나도 다른 종족이다. 단 2%의 유전자만 다를 뿐인데...그러나, 정말 무척 다른 것일까? 현재의 모든 생물들은 5억년 전의 단세포에서 출발한 것이다. 아메바가 보기에 인간과 침팬지는 별 차이가 없다. 32개의 이빨, 손가락 5개, 눈 2개...우리는 나와 타인을 여러 가지 기준으로 구별한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차이가 있는 것일까? 느껴지는 차이의 크기는 상대적이다. 결국 문제는 관점이다. 지금의 우리는 콧대가 높은지, 키가 큰지, 머리색, 얼굴 등등의 외관이나 성격에 따라 차이를 인지하고, 때로는 이런 차이 때문에 갈등이 일어난다. 이런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때로는 타인에 대한 몰이해에서 갈등이 증폭되기도 한다. 특히, 자신에 대해서는 너그럽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또한, 이 장에서 왼쪽과 같은 관계를 보여준다. 이는 다른 생물종에서 보기 어려운 인간의 성간의 동업관계의 원인을 보여준다. 성에 따른 노동의 분업에서 여성이 채집한 식물성 식량을 남성과 공유하는 대신에 남성은 고기를 얻기 위한 사냥에 나선다.  남성의 고기 사냥은 실패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음식공유가 필요한 것이다. 음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분배 관계를 계산할 수 있는 두뇌가 필요하다. 이는 곧 점점 큰 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큰 뇌를 가지기 위해서는 고기가 필요하다.

     한편, 크고 둥근 두개골은 젊음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왜냐 하면, 세대가 지날 수록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침팬지의 혼성 관계나 고릴라의 일부다처제에서 벗어나 일부일처가 확립된다. 이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게 되었고 젊은 여성과 남성의 선호는 더 큰 뇌에 대한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노동의 분업은 인간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인은 특수한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만들고 기술의 발달을 가져왔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침팬지와 고릴라와 전혀 다르게 보이는 지금의 인간,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 시작은 2%의 유전자 차이에서 온 것이다. 단 2%의 차리가 생태적, 사회적 진화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2%는 단순히 외형의 차이 뿐만 아니라 행동의 차이도 일으켰다.


제 4장. 운명 - 4번 염색체

   헌팅턴 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병의 하나이다.  4번 염색체 안의 유전자에서 반복되는 염기 서열의 일부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다른 형태로 반복이 일어나면 헌팅턴 병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병은 현재 치료법이 없다.
칼뱅도 상상하지 못한 결정론적이며 예정된 운명이다. 모든 것이 유전자에 달려 있고, 이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정적 증거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담배를 피우거나 비타민을 복용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상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어떤 유전자의 특정 장소에서 CAG가 몇 번이나 반복하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39번 반복하면 90%는 75세 이전에 치매에 걸리며...41번이면 54세에, 42번이면 37세에, 50번 반복한다면 27세 정도에 지능을 잃어버리게 된다...어떤 점성술도 이렇게 정확하지는 못할 것이다.
   무섭다. 이는 결코 바뀔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선고이다. 뒤에서 '죽음'의 장에서도 연결이 되지만, 무섭게까지 정확하고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폴 버그는 "모든 병은 유전적이다." 라고 하였다. 유전자 안에 어떤 병에 대해 약하고 발병이 쉬운지 정보가 담겨 있는 것이다. 유전자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나의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는 것에 두렵워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유전자를 제거할 수도 없다. "유전자는 병을 일으키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한다. 체내에서 핵심적인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전체 유전자의 3% 정도이다. 이 중에 유전자의 기능을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어떤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하나일 수도 있지만(이는 극단적인 경우이다), (헌팅턴 병과 달리)여러 개인 경우가 많다. 유전자에 대한 지식으로 예방 의학이 발달하기도 한다. 다른 장을 보면 이런 점들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유전자는 개체의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주고,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는 100%가 아니다. 우리가 마주치는 상황이 동일하지 않다. 환경에 따라 다른 반응이 잇따르고, 이는 기억으로 남는다. 환경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결정론에 빠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시, 4장으로 돌아가자. 적어도 헌팅턴 병에 있어서는 유전자의 정보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헌팅턴 병의 유전자는 우성으로 유전된다. 돌연변이가 하나만 있어도 발병하는 것이다. 헌팅턴 유전자를 찾아나선 밀턴 웩슬러는 자신의 아내와 형제들이 이 병을 앓고 있었다. 자신과 딸 낸시와 엘리스도 발병하지 않았지만 유전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여기서 다가올 운명에 대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전자 검사를 한 번만 받으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의료윤리와 연관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확률적으로 발병가능성은 50%이다. 그러나, 발병에 있어서는 발병하든가(100%) 하지 않든가(0%)이다. 미래를 알 수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가. 이 장은 이렇게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의 결정적인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나간다.


제 8장. 충돌 - 성염색체

   이 장에서는 성적 적대성 개념을 다룬다. 
남성은 여성을 유혹한다. 여성은 이에 대항한다. 서로에게 치명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종의 번식을 위해 서로 끊임없이 원한다. 어떻게 위협이 되는가.

   정자는 난자에 빠르게 침투하려고 한다. 그러나 남성의 빠른 침투는 다른 정자의 침투도 가능하게 한다. 더 나아가 기생충이 침투할 지도 모른다. 한편 남성의 성염색체인 Y염색체에게 여성 성염색체 X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이 된다. 예를 들어, X염색체에 돌연변이 유전자가 들어 있다고 가정하자. 여성은 XX형이기 때문에 잡종인 경우 질병이 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X염색체가 남성에게 유전이 된다면? XY 형태의 남성에게는 100% 질병이 나타난다. X는 Y에게 치명적이다. 

   진화 생물핮자  빌 해밀턴은 성적적대성 개념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전자는...이기주의와 파벌의 권력 싸움이 있는 무대나 회사의 회의실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제 18장. 죽음 - 17번 염색체                 vs          제 19장. 치료 - 18번 염색체

  18장에서는 한 없이 마음이 무거워진다....직접 읽어보시길..
  19장은..유전학의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과 유전학자들에 대한 옹호의 글로 볼 수 있겠다...역시 직접 읽어 보시길...


제 22장. 우생학 - 21번 염색체

   유전학의 어두운 과거를 다룬 부분이다. 1900년대 초 중반에는 선진국에서 우생학이 널리 퍼졌다. 우생학이 인간 사회에 적용시키려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어난다. 정신박약인을 비롯한 진화론적 관점에서 열성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에 대한 불임시술(미국 등 대다수 국가), 나치의 집단 학살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이러니 하게도 처음 우성학 개념이 발생한 영국에서는 수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에 실패한다. 이는 우성학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 보다는 우성학적 관점에서 이를 결정할 권한이 과연 정부에 있느냐는 문제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자신에 대한 결정권은 국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있고, 국가의 개입은 과도한 것이며, 결코 신뢰할 만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통제하려는 본능을 가진 국가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어두운 과거라고 말했듯이, 세계의 선도 국가 미국에서는 60년대까지 (일부 주는 70년대 까지) 40여년 동안 관련 법안이 남아 있었으며, 정신박약인에 대한 강제 불임 시술이 일어났다.  또한, 그 시대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전쟁>의 저자 H.G. 웰스, 경제학의 존 메이너드 케인즈, <동물 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 조지 버나드 쇼 등이 우성학을 적극 지지하는 발언을 하였단다.

   그러나, 이러한 우성학적 시각은 현재에도 존재한다. 양수검사를 통해 21번 염색체의 갯수를 따져 다운증후군의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다. 다운증후군 환자는 외모에서 차이가 있고, 천성적으로 더 낙천적이고 지능이 떨어지며 보통 40세 전에 사망한다.  유전자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축복 받으며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다 죽었을 이들에 대해 부모는 낙태권유를 받게 되고, 이 순간 산모와 태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 변하게 된다.

   또 하나의 논란이 되는 것은 과연, 국가가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권리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다르게는 국가가 유전자 검사를 금지할 권리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분명 유전자 검사를 받고 안 받고의 문제는 개인이 결정할 문제인데 국가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아닌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낙태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리는 개인에게 있지만, 중국에서는 사회적으로 낙태를 강요(강제?)하는 문제가 있다며 저자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낸다.


   마지막 23장에서는 '자유의지'라는 주제를 이야기 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에서 유전자는 상당히 결정론적인 모습을 보인다. 인간의 외형에서 부터 성격, 행동, 질병에 이르기까지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결정론에 빠져 자포자기할 필요가 없음을 말한다. 다양한 환경에 대한 반응은 다양한 환경만큼 천지차이이다. 한편, 다르게 보면 우리의 성격과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조직, 사회, 환경 뿐만이 아니라 '나' 가 가지고 있는 '내' 몸 안의 유전자라는 점에서, 자유의지는 개인에게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며 글을 맺고 있다.


덧) 저자는 책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말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모든 생명은 화학이다"라고 추측했다...요소는 생물이 만든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이 화학물질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마치 축구가 물리현상이라고 하는 것처럼 매우 무의미하다.(p24)

어떤 수학자는 뇌에 10만년마다 1억 5천만 개의 뇌세포가 더해져 왔다고 계산한 바 있다. 소련의 여행가이드들이 좋아하는 별 쓸모 없는 숫자일 뿐이다.(p46)

핑커는(그는 언어학자 중 처음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을 쓸 줄 아는 사람으로 불린다.) 언어 능력의 선천성에 관한 설득력 있는 증거를 이끌어냈다.(p117)

아둔한 사람들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숙청하고 죽이는데 관심이 더 많던 구소련의 경우에도 이 법은 제정되지 않았다.(p 345 정신박약인에 대한 불임법에 대해)

총평) 처음 밝힌 바와 같이, 저자는 쉽계 쓴다고 했지만, 나와 같은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약간 어렵다. 그렇지만, 그러한 이론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려운 점은 넘어가면 된다. 독자 개개인에게 게놈을 통한 인간에 대한 깊고 새로운 이해를 가져다 준다. 책을 구매해서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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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nji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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